2019.03.22
울산과 1대1로 승점은 나눴지만 아쉽지는 않다. 어금니가 빠진 전력을 잇몸으로 최선을 다했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전쟁을 앞둔 양 팀 전사들은 겉으로 보기엔 평온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덕담을 나누며 서로의 방식으로 긴장을 해소했다. 양 팀 브러질리언들 또한 운동장 향우회를 마다하지 않았다.
시즌 초반 살림을 일군 맏형 에드가가 피로 누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다. 지난 시즌 살림꾼 김진혁이 호출되었다. 시즌 중 발생 가능한 상황이다. 대처 방법과 능력이 궁금했다.
경기 시작 20분 전 원정 응원단이 기지개를 켰다. 결정적 길목에서 발목이 잡힌 울산은 천적이 되는걸 두려워했는지 헛기침으로 위세를 떨치려 했다. 한 번 점한 우위를 놓치고 싶지 않은 그라지예도 맞불을 놓았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절치부심한 김도훈 감독의 흔적은 경기력으로 표출되었다. 중원 싸움에서 앞선 울산은 점유율 우위를 가져갔다.
날개가 바뀐 삼각 편대로 울산의 굴복을 받기는 쉽지 않았다. 든 자리는 표시 나지 않아도 난 자리는 커 보였다.
울산은 정비된 수비진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중원을 확보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우리에게 농락당한 기억이 생생한 울산의 수비진은 매너를 지킬 여유가 없었다. 윤영선과 박용우는 관록을 앞세운 투박함으로 우리 공격진의 침투를 저지했다. 전국의 축구 팬들로부터 당할 질책보다 승점을 원하는 듯했다.
김진혁은 시즌 첫 슛을 날렸지만 윤기가 부족했다. 홍정운은 논스톱 슛으로 골 넣는 수비수의 계승자임을 증명하고 싶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은 조현우의 선방과 홍정운의 헌신이 실점을 막았다. 츠바사의 수고와 세징야의 연속된 슛으로 울산의 공세를 둔화 시켰다.
브레이커 타임 전 패배가 선수단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큼을 잘 아는 양 팀 감독은 손해 보지 않는 전반을 보내고 후반에 승부를 걸었다.
후반 시작하면서 황순민 대신 장성원을 우측 윙으로 투입했다. 오른쪽에서 뛰던 김준엽을 왼쪽으로 보직 이동시켰다.
52분 김대원에게 연결받은 세징야가 슛을 했지만 울산 골키퍼 오승훈의 선방에 막혔다. 전반에 기울었던 점유율 전쟁이 균형을 맞춰갈 무렵 돌파하던 주니오를 파울로 저지하며 위기를 모면했다.
62분 김진혁 대신 다리오를 투입했다. 오분 남짓 투입으로 갈증이 심했던 다리오는 뭔가 보여줄 수 있는 30분을 배정받았다.
65분 김보경에게 중거리슛을 허용했다. 순간적인 볼 처리 미숙이 실점으로 연결되었다. 성가심은 예상했지만 골까지 넣을 줄은 예상 못했다.
대구는 68분 김대원의 재치로 파울을 유도했다. 세징야의 프리킥이 허공을 갈랐다.
밀착 수비로 잠잠하던 김대원이 좌우로 위치를 변경했다. 울산 수비진이 흔들렸다. 세징야의 슛이 이어졌다.
후반 투입 후 폼을 못 찾고 있던 장성원을 빼고 박한빈을 투입했다. 안드레 감독의 과감함이 보였다. 자칫 교체 실패로 질책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실리를 택했다.
79분 세징야의 동점골이 터졌다. 세징야가 츠바사에게 연결하고 문 전으로 대시했다. 츠바사는 몸을 틀어 넘어지면서 세징야에게 연결했다. 타이밍과 높이에서 완벽했다.
세징야 또한 놓치지 않았다. 한 수 높은 기량을 뽐내며 여유 있게 울산 골 문을 유린했다. 리그 첫 골을 신고했다. 팀의 기둥인 세징야는 대들보 역할까지 했다.
대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15분 정도 리드를 허용했지만 불안하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골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증명했다.
83분경 불투이스와 조현우의 신경전이 있었지만 경기의 일부분이었다. 종료 직전 츠바사가 받은 경고는 훈장이었다.
대구는 지난 시즌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승점을 취득하며 높이는 인정받았지만 선수단의 폭은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지난 시즌 이상의 성적을 위해서는 스쿼드 보강이 필요함을 느꼈다. 휴일을 맞아 선수단 격려차 구장을 찾은 구단주 권영진 시장도 공감했을 것이다.
김학범 감독의 부름을 최대한 늦춘 김대원은 경기 후 곧바로 먼저 떠난 U-22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캄보디아 원정길에 올랐다.
3라운드 만에 승점 5점을 얻었다. 지난 시즌 7경기 보다 곱절 이상 빠르다. 빈 손이 없다. 매 경기 승점을 얻고 있다. 전북을 밀어내고 아챔 출전 순위에 올렸다.
대구는 걷는 걸음이 모두 기록이고 역사다.
대구FC엔젤클럽 안상영 엔젤(광진종합건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