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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안상영의 축구다시보기-대구FC 4R 경남전

2019.04.01


대구FC는 3월 30일, 창원 축구센터에서 경남FC와 K리그1, 4라운드를 치렀다.


국가의 부름을 마치고 돌아온 조현우, 김대원의 잘난 모습을 보고 싶었다. 부상으로 결장 중인 에드가의 복귀 여부 또한 궁금했다.


대구와 경남은 입장이 비슷했다. 시민구단의 어려움을 딛고 아챔과 K리그를 병행하고 있다. 두 팀은 처음 가는 길이지만 위축됨 없이 선전 중이다.


하지만 경남은 K리그에서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개막전 승리 후 연패를 당하며 반전이 필요했다. 경남은 이번 경기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싶었을 것이다. 대구도 남의 상처를 보듬을 만큼 여유롭지 않았다. 기세가 오른 초반에 승점을 벌어 놓아야 후반기 편한 시즌을 보낼 수 있었다.


쌀쌀한 봄바람 속에 경기가 시작되었다. 대구는 지난 3R 울산전 멤버를 변동없이 기용했다. 조현우를 수문장으로 박병현, 홍정운, 김우석을 수비에 포진시키고 황순민, 츠바사, 정승원, 김준엽에게 중원을 맡겼다. 전방에는 김대원, 세징야, 김진혁이 골 사냥에 나섰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세징야가 시동을 걸었다. 황순민의 크로스를 수비수가 걷어냈다. 7분경 세징야가 경남의 골문을 위협했다. 12분경에는 김대원과 세징야의 콤비 플레이가 빛을 발하며 얻은 코너킥으로 경남의 골문을 홍정운이 머리로 위협했다.


거침없이 몰아치던 16분경 경남이 파울로 공격을 차단했다. 프리킥 찬스를 맞은 세징야는 정성스럽게 볼을 갖다 놓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원정 팬들이 어떤 작전을 펼칠까 궁금해하던 찰나, 보고도 믿기 힘든 전경이 펼쳐졌다.


발등 깊숙이 임팩트된 공은 낮고 빠르게 좌측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40m 장거리 골은 홈팀 응원단의 가슴에 비수로 꽂혔지만 성숙한 창원시민들은 세징야의 엄청난 골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포항전 4실점하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이범수를 대신하여 장갑을 낀 손정현의 멘탈 또한 붕괴시켰다.


36분경 세징야가 짧게 내어준 코너킥을 김대원이 힐킥으로 돌려주고 달려오던 세징야가 감아 찬 슛은 골문 우측을 살짝 벗어났지만 두 선수가 연출한 콤비 플레이는 한 편의 작품이었다.


지난 시즌은 말컹의 위협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지만 대체 선수로 온 룩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전반 종료 직전 김효기와 교체되었다. 덕분에 대구는 전반을 아쉬움 없이 마쳤다


후반 시작하면서 경남은 김준범을 빼고 조던 머치를 투입하여 중원 싸움을 강화했다. 후반 4분경에는 네게바를 빼고 배기종을 투입했지만 대구의 공격은 숙지지 않았다. 안드레 감독은 14분 김진엽을 빼고 류재문을 중원에 기용하며 첫 번째 카드를 사용했다. 츠바사를 전진 배치하고 세징야를 원톱에 세워 추가 득점을 노렸다.


전광판을 보며 더디 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던 29분경 경남의 공격을 파울로 차단했다. 대구는 황순민을 장성원으로 교체하며 잔여시간을 투지로 맞설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윙빽들의 세련되지 못한 몸동작으로 내준 프리킥이 화근이 되었다.


수비수와  골키퍼의 인터페이스 존으로 볼이 갔다.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쉬운 위치였다. 경남 공격수의 머리를 거친 공은 배기종의 발로 골이 되었다. 교체로 어수선함 때문인지 상대 프리키커 쿠니모토에 대한 대비가 소홀했다.


경기를 원점으로 돌린 경남의 공격이 가열되었다. 말컹이 빠진 자리가 커 보였던 경남의 공격진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국내파 교체 멤버들이 연패 탈출에 사력을 다했다.


36분 안드레 감독은 츠바사 대신 전현철을 투입하며 맞불을 놓았다. 하지만 올 시즌 첫 출전한 전현철은 세징야와 실전 호흡이 부족했다. 역습 전개 패턴을 경남 수비진에 읽혀 간발의 차로 찬스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41분경 경남의 총공세가 이어졌다. 두 차례에 걸쳐 신들린 방어를 선보인 조현우는 국대의 품격을 증명했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김종부 감독은 케이로스 콜롬비아 감독과 동병상련의 아픔을 곱씹었다.


바람을 안고 뛴 후반 종반 우리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주심의 호각 소리를 기다리며 전광판으로 시선이 쏠릴 무렵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수비수의 안일한 걷어내기가 화근이 되었다. 배기종의 침투는 조현우도 어쩔 수 없었다. 종료 직전 역전골을 허용했다. 배기종은 백척간두에 선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합계 나이 76세인 곽태휘와 배기종은 최후방과 전방에서 각자의 역할로 승리를 만들어 내며 베테랑의 품격을 실력으로 증명했다.


상대 전적을 떠나 지고 싶지 않은 팀인 경남의 무릎을 꿀리고 싶었지만 강행군에 지친 주전 선수들의 발걸음은 물에 젖어 있었다.


양 팀 모두 최선을 다 했지만 선수단의 폭에서 경남이 앞서 있었다. 경남은 용병들 대신 투입된 교체 멤버들이 승리를 만들었지만 결장한 대구의 용병 자리는 유년시절 엄마가 없는 집만큼 허전했다.


창원의 거친 날씨와 경기 내용이 원정 응원단의 귀가 발길을 무겁게 만들었다. 눈앞엔 제 철을 맞은 벚꽃이 자태를 뽐냈지만 피부에 닿는 공기는 옷깃을 여미게 했다.


대구FC엔젤클럽 안상영 엔젤(광진종합건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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