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R 대구FC 경남 전을 마치고]

요즘 상종가를 치고 있는 경남FC 말컹의 플레이가 궁금했다. 큰 키를 이용한 피봇 플레이와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검증된 그의 발 재간을 보고 싶었다. 홍정운의 전담 마크에 막혀 지난 3경기에서 보여준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 주진 못했지만 볼과 함께 움직이는 그의 몸 놀림은 경기 내내 긴장을 늦출수 없게 만들었다. 

우리는 4-3-3, 경남은 4-4-2 전형으로 맞섰다. 서로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수비를 견고히 한 후 공격을 전개했다. 승리에 대한 집념은 리그 선두인 경남보다 강등권에 갇힌 우리가 보다 더 간절했다.

전반 17분 세징야의 슛이 빛을 발했다. 골키퍼의 전진을 보고 중거리 드롭 슛을 날렸지만 경남 골키퍼 손정현이 몸을 날려 선방했다.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 황순민의 크로스를 쇄도하던 홍정운이 머리로 골을 결정 지었다. 약속된 플레이가 이루어지며 지난 경기에 이어 연속 선제 골을 넣었다. 짜임새 있는 수비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고 착실한 빌드업으로 공격의 실마리를 풀었다. 속절없이 당하던 리그 초반에 비해 경기력이 많이 향상되었다.

하지만 개선해야 할 부분도 여러 곳이 눈에 띄였다. 카이온과 정승원은 최 전방에서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지지 않았고 결정적인 장면도 보여주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세징야가 볼을 소유했을때 받을 준비도 미흡했다.

중원의 4인방은 부지런함으로 상대를 압박했지만 허를 찌르는  창조적인 플레이를 전개하지는 못했다. 박한빈의 젊음에 기대를 했지만 그의 빠르지 않는 몸놀림에 상대는 현혹되지 않았다.

한희훈의 부상으로 잠시 가슴을 쓸었다. 교체 투입되어 첫 출전한 이적생 박병현이 투입 초반의 불안함을 극복하고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없는 경기는 상상하기 싫었다.

고승범의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우측에서 크로스 기회가 많았지만 골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그는 중원의 긴 패스를 자기 공으로 만드는 재주는 보여줬지만 김대원 처럼 경기흐름을 바꾸는 크렉 기질을 보여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잔상에 남아있는 첫 경기 실수를 잊고 자신감 회복이 시급하다.

정우재는 윙백으로 상대 공격수 네게바의 침투는 효과적으로 막았지만 역습 전개시 날카로움은 더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실점도 정우재의 패스 미스가 발단이었다. 우중간에서 가로채기 당한 후 상대의 돌파를 파울로 저지하여  프리킥을 내어준 상황에서 말컹이 머리로 내어준 공을 배기종이 골로 연결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승점 3점을 획득하는 만선의 기쁨을 누리지는 못했지만 원정에서 값진 승점을 확보했다. 이겨야 될 팀을 비기고 만족하는 상황이지만 그들의 질주를 반면교사 삼아야 할 상황은 인정해야 된다.

바람이 높던 창원 축구센타에서 1,600여명의 응원단을 등에 업은 콧대 높은 신입생을 굴복시키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연승 행진을 저지하며 홍정운의 진가를 확인한 값진 경기였다.
이번 주 수요일 저녁에 펼쳐질 울산과의 탈 꼴치 싸움은 올 시즌 성적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