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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FA컵 결승2차전] 대구FC vs 울산현대

2018.12.10



대구FC가 명가의 반열에 올랐다. 2002년, 최초의 시민구단으로 출발했지만 부진한 내신 성적으로 강팀들의 승수 쌓기 상대를 면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광래 대표 부임 후 체계적인 리빌딩으로 시민구단 사상 3번째로 FA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별을 단 구단이 되었다.

격세지감이다. 상위 스프릿 진출이 지상 과제였던 팀이 아시아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광저우 헝다, 멜버른 빅토리, 산프레체 히로시마를 상대로 국제전을 하게 되었다.

대구는 출발이 늦었다. 쿤밍의 성공적인 전지훈련과 신규 용병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 시즌 이상의 기대를 가지고 출발했만 전입 용병들의 부진과 부상으로 극심한 골 가뭄에 시달리며 혹독한 춘궁기를 보냈다.

울고 싶을 때 빰맞은 격이 되었다. 전열을 재정비할 월드컵 브레이커 타임이 찾아왔다. 더 이상 밑질 것이 없었던 대구는 혹독한 훈련 후 전술 변화와 과감한 선수 기용으로 반전을 노렸다.

신예 선수들은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의 파이팅이 베테랑들의 분발로 이어졌고 그것이 승점이 되었다. 전반기 잔류가 목표였던 팀이 상위 스프릿까지 욕심내게 되었다.

지난 시즌 FA컵 성적은 32강이었다. 올 시즌은 4강 정도를 기대했다. 하지만 일찌감치 강등권을 탈출한 성적 덕분에 욕심을 갖게 만들었다.

전반이 시작되었지만 닥공을 예상한 울산의 공격이 예상 외로 소극적이었다. 1차전 역습으로 치명상을 당한 탓에 무턱대고 공격을 하지 못했다.

대구는 점유율은 양보했지만 발톱은 숨기지 않았다. 5분경 김대원과 세징야가 울산 문전에서 패스를 주고받았지만 한 발 앞선 수비에 차단되었다. 하지만 두 선수는 눈빛을 교환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홍정운은 전체 수비진의 밸런스를 조율하며 주니오의 무단 침입을 경계했다. 8분경 조현우는 울산이 애써 만든 한승규의 슈팅을 막아내며 그들을 힘빠지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구 선수들의 자신감은 상승되었다. 정규 시즌의 패배감은 1차전 승리로 모든 것을 리셋시켰다.

전반은 황순민의 투지가 돋보였다. 그는 시즌 초,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다. 후반기 체력 저하로 인한 백업 멤버로 전락하며 다친 자존심을 보상받고자 했다.

시즌 중 보여주지 않았던 투지를 발휘하며 울산의 공격을 수차례 차단하여 기습으로 연결시켰다. 덕분에 울산의 발걸음은 소심해지고 조심스러워졌다.

25분경 황순민이 차단한 후 세징야를 거쳐 에드가의 멋진 감아 차기로 이어졌다. 지난해 FA컵 MVP인 김용대의 선방으로 골로 연결시키진 못했지만 울산은 한 발 더 내려설 수밖에 없었다.

울산은 주니오와 리차드를 공수 양 끝에 배치하여 각자의 책임을 맡겼지만 간격이 넓어 시너지를 낼 수 없었다. 자칫 기습골을 먹을 경우 불가역적 패배를 두려워하는 울산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반은 최소 질 것 같지 않는 바람 대로 서로 아쉬움을 남긴 채 마쳤다. 후반을 시작하면서 양 팀은 서로 다른 이유로 선제골이 절실했다.

조급한 울산이 먼저 변화를 시도했다. 10분경 이영재를 빼고 에스쿠데로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김도훈 감독의 주문대로 선수들이 움직일 만큼 세밀하지 못했다.

선수 교체로 어수선하던 3분 후 김대원이 문전 혼전 중 간직한 볼을 끝까지 집중하여 김용대 가랑이 사이로 골을 만들었다.

기승전결이 완성되었다. 우승까지 딱 한 골이 필요하던 지루한 시간의 종지부를 찍었다. 김대원은 시즌 후반부터 믿고 기용해 준 안드레 감독의 믿음에 결승골로 보답했다.

답답한 김도훈 감독은 19분경 김승준 대신 이근호를 투입하여 그의 관록에 기대를 걸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울산 선수들은 볼 배급이 원활치 않았다.

27분경에는 지친 김창수 대신 홍준호를 교체 투입했지만 경기 흐름을 바꿀 카드는 되지 못했다. 울산은 내밀 카드를 전부 선 보였지만 반전은 없었고 대구의 공격은 거세졌다.

30분경 에드가의 패스를 받은 세징야가 쇄기골을 넣으며 2대0으로 달아났다. 상대의 집중 견제 속에 몸을 사리지 않고 수고한 그는 최다 득점으로 대회 MVP가 될 자격이 충분했다.

전의를 상실한 호랑이는 동네 강아지만 못했다. 0.5장 티켓을 확보한 울산은 대구보다 절실함이 묻어나지 않았다. 승부를 뒤집을 절박함 또한 보여주지 못했다. 상대 전적 우위에 대한 자신감 탓인지 상대 분석에 대한 철저함도 없었다.

에드가 감독은 80분경 역할을 다한 장성원 대신 김진혁을 투입하여 수비를 강화시켰다. 대구는 내친김에 정규 시즌 중 당한 분풀이를 잊지 않았다. 우승에 대한 골은 충분히 확보했지만 고삐를 늦추지 않고 공세를 가하며 울산의 완벽한 굴복을 강요했다.

정승원의 측면 질주가 이어졌고 에드가는 골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조급한 울산은 파울을 남발하며 대구의 공세를 저지시키려 했지만 경고 카드만 늘었다. 원정 응원단의 함성은 잦아들었고 움직임은 눈에 띄게 소극적이었다.

87분경 김대원 대신 쯔바사를 기용하여 후반기 이적한 용병이 신나게 우승 세러머니를 할 수 있도록 기를 살려 주었다.

그냥 끝나도 아쉽지 않던 88분경 에드가가 상대 수비와의 경합을 이겨내고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상황에서 머리 위로 여유 있게 넘기는 칩슛을 성공시켜 이별을 앞둔 대구스타디움을 폭죽 연기로 가득 채웠다.

90분경에는 정승원 대신 한희훈을 투입하여 어려운 시절 주장으로 고생한 배테랑을 경기 종료 포토라인에 설 수 있게끔 배려한 안드레 감독의 속 깊은 선수 사랑이 돋보였다.

영패만은 모면하고 싶었던 울산은 남은 힘을 모두 쏟았지만 박병현, 홍정운, 김우석 그리고 류재문이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구축한 달구벌 산맥을 넘을 만큼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중계를 지켜보며 어부지리를 노리던 포항은 대구의 막강한 공격력과 1만8351명 관중이 펼치는 파도타기 응원을 보며 전율을 느꼈을 것이다.

그냥 써지는 역사는 없다. 구단의 치밀한 구상과 선수들의 헌신이 보상을 받았다.

시즌 중 살림 밑천으로 헌신하다 불의의 부상으로 결승 무대를 밟지 못한 정우재, 고참으로 후배들의 선전을 독려하며 팀 분위기를 이끈 오광진, 97 동갑내기들의 질주를 자신의 기쁨 인양 응원한 정치인 등 모두가 우승의 주역이었다.

내년 시즌 큰 살림을 꾸리게 될 구단의 숙제는 남았지만 즐거운 고민이기에 행복할 것이다.

하이네의 시가 생각난다. 노르웨이 숲에서 가장 큰 전나무를 뿌리째 뽑아 에트나 화산의 분화구에 담갔다가 그 불이 붙은 거대한 붓으로 대구스타디움 창공에 휘갈기고 싶다. "대구FC 전사들이여 그대들을 사랑하노라" 라고ᆢ


대구FC엔젤클럽 안상영 엔젤(광진종합건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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