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8
DGB파크의 장엄한 식전 행사는 선수와 팬들에게 대구의 자부심을 심어주기에 손색이 없었다. 원정팀을 주눅들게 만드는 우리만의 퍼포먼스는 상대 전적만 믿고 기세 등등하던 경남 원정 응원단을 '시골쥐'로 만들어 버렸다.
질긴 악연을 끊고 싶었던 안드레 감독은 쌀통의 바닥까지 긁었지만 매 경기 배수의 진을 친 김종부 감독의 성가심을 떨칠 수 없었다. ACL을 치르느라 곳간이 빈 양 팀은 동병상련의 연민보다 상대를 발판으로 한 단계 더 도약코자 하는 욕심이 간절했다.
안드레 감독은 선수 기용에서 올 시즌 최다 가용 폭을 선보였다. 수비수 김태한은 올 시즌 첫 출전을 선발로 장식했다. 박한빈 또한 열 경기 만에 선발 포토라인에 서며 교체 출장의 한을 풀었다. 두번째 선발 출전한 정치인에겐 집 떠난 김진혁의 역할을 기대했다.
세징야를 앞세운 대구는 공격의 고삐를 놓지 않았지만 예리함은 전만 못했다. 붙박이 중원 사령관의 공백을 메우기가 녹록지 않았다. 이전 경기에 비해 넓어진 공·수 간격으로는 경남의 골문을 열 수 없었다. 전반 몇 차례 개인기로 경남을 위협했지만 매뉴얼에 의한 빌드업은 아니었다.
전반 40분 강윤구 대신 김대원이 투입되며 공격의 활로가 열렸다. 손에 익은 연장을 든 듯 세징야의 페이크 폭이 커지고 정승원의 발걸음은 바빠졌다.
후반 시작하면서 대구의 진면목이 발휘되었다. 김대원 효과였다. 젊고 빠른 공격수의 대응 방법을 준비하던 경남 수비진을 황당하게 만들어 버렸다. 후반 2분 박병현의 자로 잰듯한 패스가 세징야 머리 위로 날아갔다.
절묘한 가슴 트래핑으로 자기 볼을 만든 후 전진한 경남 골키퍼 이범수의 키를 넘기며 전반 막판 골대를 강타한 아쉬움을 씻었다. 짧은 패스를 예상한 경남 수비진의 허를 찌러는 침투로 골을 만들어 낸 세징야는 K리그 최고 용병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후반 23분 2선에서 파고들던 경남 윙백 최재수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우려했던 자리에서 실점이 발생했다. 홍정운, 정태욱이 빠진 수비진으로 팔공 산성의 위엄을 자랑하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종료 직전 김대원이 2경기 출장 정지를 당했다. 멈춰야 될 순간에 체력적 한계로 몸의 자제력을 잃었다. 한 단계 더 도약을 위해 대구가 감내해야 할 학습단계다.
양 팀 골키퍼 조현우, 이범수는 눈부신 선방으로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승리가 절실한 상대팀 응원단에게는 얄미운 존재가 되었다.
응원석에서 대구의 미래 자원인 손석용, 조용재, 이재경 선수가 엔젤들과 '타도 경남'을 외쳤지만 두 번이나 맞고 나온 골대 불운에 고개를 떨구었다.
<대구FC엔젤클럽 안상영 엔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