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02
대구FC는 9월 1일 일요일 저녁 7시 상주 시민운동장에서 벌어진 상주 상무와의 원정 경기에서 1골씩을 주고 받았다. 상주는 지난 시즌 만만한 상대였지만 올 시즌 1승1무1패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상주는 4연승의 길목에서 대패한 치욕을 씻고 싶은 간절함이 보였다. 지난 라운드 내심 4위를 염두에 두고 울산 원정에 나섰지만 시즌 최다인 5골을 허용하며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대구FC는 지난 경기 퇴장으로 의기소침했다가 기사회생한 김동진을 비롯한 지난 경기 선발 멤버를 전원 포진시켜 내친김에 3연승으로 3위 서울의 발목잡기에 나섰다.
경기 시작 휘슬의 여운이 가기도 전에 정승원이 쓰러졌다. 가슴이 철렁했지만 도쿄 올림픽을 대비한 U-22 대표팀 김학범호에 김대원과 동반 승선한 자존감이 그를 일어서게 만들었다.
홈에서 주도권을 쥔 상주는 전반 6분 만에 첫 골을 넣었다. 김민우, 심동운, 윤빛가람 등 전역 대기병 다섯 명을 선발진에 투입하여 후임 병사들의 전의를 불태우게 한 효과가 있었다. 선임병들에게 승점을 선물하고 싶었던 박용지가 전반 6분 만에 수비수와의 경쟁을 이겨내고 선취골을 넣었다.
말년 병장의 몸조심을 기대하며 대구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명예를 생명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군인정신은 예외가 없었다. 상주는 압박을 통한 역습을 전개하며 경기 초반 공세를 이어갔다. 다행히 역습에 특화되지 않아 여러 번의 찬스에서 한 골에 만족해야 했다.
대구는 중반이 되면서 폼을 찾았다. 전반 15분경 김대원의 슛이 옆 그물을 맞혔다. 20분 경에는 수비수 김우석이 상대를 속이며 전진하여 세징야에게 연결했다. 세징야의 슛이 골망을 갈랐지만 아쉽게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은 양 팀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전반을 마쳤다.
안드레 감독은 후반 시작하면서 김동진 대신 히우두를 투입 하며 황순민을 윙백으로 돌리는 전술 변화를 선택했다. 중원으로 내려온 김대원이 김선민과 호흡을 맞추며 전방의 용병 트리오에게 볼을 공급했다.
후반 31분 위기를 경고로 막았던 김우석 대신 오후성을 투입하여 젊은 공격수의 패기에 기대를 걸었다.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40분경 김대원의 크로스가 골 문을 향했다. 박병현이 가슴 트래핑으로 파울을 유도했다.
PK 키커는 에드가였다. 세징야, 히우두의 연이은 실축으로 부담이 되었지만 맏형의 품격을 보여주며 원정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실점 후 70분 동안 쫓기던 발걸음에 여유가 생겼다.
문전에서 경합 중 머리를 다친 에드가가 붕대 투혼을 보였지만 승리의 여신은 두 번씩이나 골대로 방해하며 우리의 승리를 외면했다.
우리 선수들은 인저리 타임을 포함한 96분 동안 최선을 다했지만 지난 경기 10명이 뛰며 누적된 피로의 회복이 더디보였다.
만선의 기쁨은 누리지 못했지만 전리품은 풍성했다. 후반 15분 동안 기용된 오후성이 후반 조커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지친 상대 수비수를 공략하며 측면을 허물었다.
박병현의 발견도 눈에 띈다. 지고 있는 경기의 총공세에서 상대 문전에 진입한 적극성은 상대 수비수를 당황케 하기에 충분했다.
유료 관중 2,698명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 원정 팬들이 흔든 하늘색 깃발은 3연승의 아쉬움에 고개를 떨군 선수들에게 대구의 자부심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대구FC엔젤클럽 안상영 엔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