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30
"기다려라 스프릿A. 엔젤삼(蔘) 머금은 대구FC가 간다."
1위 팀을 이긴 시민구단보다 PK를 실축한 상대팀 공격수가 스포츠면 상단을 장식했다. 31R에서 거함 전북을 격침시킨 대구보다 이동국의 실축이 조명되는 것을 보며 우리는 축구 변방임을 인지했다.
대구FC는 28일 오후 2시 DGB파크에서 명문가 진입을 위한 모의고사를 치렀다. 강등권에서 발버둥 치는 제주의 거센 저항을 뚫고 2대2 무승부로 승점 1점을 획득했다. 안드레 감독은 전용구장 개장을 성원한 홈팬들에게 일찍이 가보지 못한 성과로 보답했다.
대구는 검증된 필승조를 투입했다. 7일 동안 3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의 체력이 걱정되었다.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빌드업은 원활하지 않았고 중원의 패스는 수시로 어긋났다.
전반 25분 황순민이 중원에서 차단당한 볼이 골망을 갈랐다. 다행히 사전 파울이 인정되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제주의 거센 저항으로 수비에 치중한 미드필드가 속공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양상이 반복되었다.
전반 종료 직전, 윤일록에게 PK 실점을 허용했다. 0대1로 전반을 마쳤지만 진다고 생각하는 홈팬은 아무도 없었다.
제주의 밀집 수비로 중앙 돌파가 어려워졌다. 윙백의 역할이 절실했다. 후반 13분경 몸이 무거운 황순민 대신 신창무가 투입되었다. 정승원과 역할을 교대한 신창무는 세징야와 눈빛을 교환하며 제주의 우측을 파고들었다.
입대 전에도 필수자원으로 활동했지만 병역 의무를 완수한 그는 예전보다 단단해졌고 빨라졌다. 수시로 우측을 돌파하며 막혔던 공격에 물꼬를 열었다.
후반 19분경 반전이 일어났다. 스로윙을 지연하던 제주의 김지운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기회를 포착한 안드레 감독은 곧바로 지친 김대원 대신 박기동을 투입했다.
공격의 고삐를 죄던 후반 29분경 안현범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추격이 절실하던 순간에 당한 추가골에 DGB파크는 정적이 감돌았다. 성숙한 홈팬들은 곧 냉정을 되찾았다. 잔여시간 15분이 짧지 않다는 믿음이 있었다.
4분 만에 정승원이 통쾌한 중거리 추격골을 터트렸다. 10R 상주전 결승골 후 22경기 만에 3호 골을 기록했다. 대구의 미래임을 실력으로 입증했다.
김우석의 측면 크로스가 번번이 수비에 막히며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패색이 짙던 종료 직전, 크로스를 올렸다. 위치를 선점한 박기동이 가슴으로 트래핑했다. 침착하게 골문으로 밀어 넣으며 극장골을 만들었다.
지지 않을 것 같던 믿음을 박기동이 해결했다. 25분간의 짧은 투입이었지만 원샷 원킬의 능력을 보여 주었다. 후반 조커 역할로 손색이 없었다. 2002 월드컵의 명품 조커, 안정환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잔여 6경기가 기대된다. 선발진에 버금가는 벤치 멤버들이 경기를 반전시킬 능력이 생겼다.
안드레 감독은 전북전 승리의 감흥이 퇴색할 때쯤 절묘한 용병술로 승점을 획득했다. 팀 창단 첫 스프릿A를 확정 지으며 대구의 레전드 감독 반열에 등극했다. 지난 시즌 FA컵 우승과 함께 또 한 번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축구는 대구의 대표 특산품이 되었다. 엔젤과 함께함은 또 다른 감흥이다.
대구FC엔젤클럽 안상영 엔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