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1
대구FC는 다른 구단에 없는 것들이 있다. 승리에 대한 절박함으로 유격대를 결성한 젊은 골잡이들이 있다. 인디언 기우제를 남 몰래 지내온 이호경 엔젤회장의 승리 염원이 있다. 제사상을 차리는 마음으로 준비한 승리방정식 미숙표 매콤김밥도 있다.
잡채, 계란, 커피, 맥주등으로 엔젤룸은 시작 전부터 승리를 향한 기운이 충만했으며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선수들을 자식같이 여기는 엔젤들이 내뿜는 열기는 잔치집 분위기로 손색이 없었다.
지난 시즌 60%이상 차지했던 용병들의 득점이 6경기 동안 터지지 않았다. 고향선배 안드레 감독의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했다. 집나간 용병들을 대신하여 R리그에서 골 맛을 본 젊은 선수들에게 골 사냥을 맡겼다.
양팀 선발 명단에서 관록과 패기로 분위기가 갈렸다. 23세 이하 선수를 강원은 수비수 강지훈만 투입한 반면 대구는 박한빈, 정치인, 김경준등 세 명의 공격수를 포진 시켰다. 중원은 입지가 굳어져 가는 황순민, 박한빈, 홍정운이 차지했다. 수비는 고승범을 윙백으로 내려 한희훈, 김진혁, 정우재와 함께 포백으로 맞섰다. 붙박이 세징야와 조현우는 당연직 선발이었다. 앞서 가는 강원이지만 승격 동기라는 만만함에 지고 싶지 않았다.
강원은 정조국, 이건호, 제리치등 공격 가동 자원을 모두 투입하여 송경섭감독의 4연패에 대한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반 초반부터 활발한 공격이 전개되었다. 지난 경기 미숫가루의 답답함은 불과 한 경기만에 찾아볼 수 없었다. 전반 7분경 정치인이 우측 수비를 허물고 들어간 날카로움은 올 시즌 대구FC 경기에서 본적 없던 시원함 이었다. K리거1 경기에 첫 선발 출전한 그는 대구공고 출신의 프로 2년차 기대주다. 곧 이어 헤딩으로 유효 슛팅 포문을 열면서 공격을 주도했다. 15분경에는 좌중간에서 시작된 공격을 세징야가 슛으로 마무리 하며 강원의 혼을 빼 놓았다. 허둥되는 모습이 역력한 강원은 25분경 세징야의 패스를 받은 김경준에게 급소를 차였다. 프로축구 K리거1의 데뷔골을 넣은 김경준 또한 프로 2년차로 대구가 낳은 기대주다. 96년생으로 반야월초와 영남대를 거쳤다. 대학 재학시절 3개 대회 연속 득점왕 출신답게 자로 잰듯한 슈팅으로 어려운 골을 만들었다.
득점 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세징야와 김경준의 슛이 연속 강원 골문으로 향하며 덥혀진 응원석 열기는 좀처럼 식을줄 몰랐다.
홍정운등 수비진에게 막힌 강원의 이근호가 좌우로 스위칭을 해가며 용을 썼지만 수비반경을 벗어날 수 없었다. 압도적인 경기로 올 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인 전반은 시간 가는줄 몰랐다.
후반 시작하면서 강원이 실점 만회를 위해 공세를 펼쳤지만 8분경 고승범이 오버래핑 후 연결해준 공을 김경준이 슛으로 분위기를 반전 시켰다. 하지만 박한빈의 패스 미스가 이어지고 13분경 강원이 실점 만회를 위해 부상중인 정석화까지 투입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후반 25분경 전반에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정치인이 백 태클로 퇴장 당했다. 젊음은 거칠것 없는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자신의 평정심까지 통제할 수는 없었다.
공격수가 상대 진영에서 수비수를 백태클하는 장면에서 프랑스 월드컵의 멕시코전 하석주가 오버랩 되었다. 첫 선발 출전에서 과다하게 발산된 아드레날린 조절도 선수의 몫이다.
수적 불리 상황이 이어지던 33분경 강원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마당쇠 한희훈이 머리로 걷어낸 공이 우리 골 문으로 향했다.
두골 넣고 무득점 팀과 비길뻔한 상황에서 구세주가 나타났다.
39분 코너킥 혼전 중 김진혁이 강원 수비수 보다 한 발 먼저 골문으로 볼을 밀어 넣었다. 골넣는 수비수 김진혁은 지난 시즌에도 중거리 슛으로 체증을 해소 시켜준 적이 있었는데 올 시즌 자신의 첫 골을 승점3점 짜리 골든 골로 만들었다.
42분경에는 활동량은 많았지만 실수가 잦았던 박한빈을 빼고 김우석을 투입하여 수비를 강화시켰다. 추가시간에는 고참 전현철을 투입하여 승리를 지켰다. 수적 열세 속에 4시간 같았던 인저리 타임 4분이 지나고 울린 경기 종료 휘슬소리는 천사의 속삭임이었다.
두 경기 연속 세자리(926명)수 관중으로 팬들의 관심은 끌지 못했지만 강원전 승리로 지난 6경기 무승의 답답함이 모두 해소 되어 직관한 엔젤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