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1
[4R 전남 전을 마치고]
지난 토요일(31일) 전남드레곤즈를 상대로 승점1점을 나눠 가지며 서로의 상처를 달랬지만 봄꽃을 이긴진 못했다. 개막전보다 대폭 줄어든 1,650명의 관중으로 대구FC를 응원했지만 함성이 그라운드까지 전달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부상으로 지난 시즌 후반부터 결장한 후 약 5개월여 만에 선발 출장한 세징야는 밀린 숙제를 하는 학생처럼 열심히 뛰었다. 경기 적응을 우려했지만 역시 그의 클라스는 달랐다. 볼을 소유할 때 마다 전담 마크맨인 김영욱이 태클로 괴롭혔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정확한 불 소유와 배급으로 공격의 고삐를 죄었다.
첫 골 역시 그의 발 끝에서 시작되었다. 전반 32분경 문전 혼전중 카이안의 슛이 상대 수비수 몸 맞고 굴절된 것을 세징야가 침착하게 다듬어 옆으로 내어준 공을 달려오던 황순민의 왼발에 걸려 캐논슛이 되었다. 팀의 시즌 첫 골이자 전역 신고 골이었다. 지난 시즌 후반 상무 전역 후 합류하여 김선민과 호흡을 맞추다 올 시즌 초 김선민의 경찰청 입대와 세징야의 부상으로 홀로 중원에서 고군분투한 노력을 보상 받았다.
득점 5분만에 유고비치의 연결을 받은 하태균에게 동점 골을 먹었지만 상대의 반칙으로 골이 취소되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공수에 걸쳐 종횡무진 활약한 고승범은 살림꾼으로 손색이 없었다. 김선민급 킬패스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활동 폭은 박지성 못지 않았다. 그의 기량이 무르익어 김선민의 공백을 메우고 팀의 중심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수비는 한희훈과 김진혁을 가운데 두고 정우재와 오광진을 욍백으로 배치한 포백 전술이었다. 포백에서는 오광진이 중용되었다. 전반은 그의 관록으로 상대의 측면 공격수를 차단하며 예봉을 잘 막았다.
후반 24분 또 한번 가슴을 쓸었다. 전남이 압박으로 수비진의 빈 공간을 완벽하게 파고 들어 우리의 골 문을 흔들었지만 공격수가 한 발 먼저 진입한 사실을 선심에게 들켰다.
불행의 시작은 오광진의 과도한 의욕으로 촉발된 반칙이었다. 그의 퇴장 후 리드를 지키기위해 빈 자리로 고승범을 후진시키면서 중원의 압박이 느슨해졌다. 경남은 숫적 우위를 바탕으로 공세를 퍼부어 그들의 목적을 달성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뒤로 흐른 볼을 수비수 최재현이 득점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매 경기 상대의 세트피스에 실점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반면 우리는 세트피스 상황의 득점이 전무하다. 세징야의 자로잰듯한 킥을 골로 연결하지 못했다. 우리의 약속은 번번히 무산된 반면 상대의 약속된 플레이에 번번히 속아 넘어가는 상황이 반복된다. 분석과 대응은 감독의 몫이다.
최전방 우측 포워드로 전,후반 각각 기용된 정승원과 김경준에게 K1의 경기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젊음을 앞세워 분주히 뛰었지만 손에 잡히는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1선의 용병들과 유기적인 협조가 쉽지 않았고 유효슈팅은 더욱 어려웠다.
후반 중반에 카이안대신 교체 투입된 지안은 공간 침투 능력을 과시하며 상대 수비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의 교체가 한 박자 빨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용병들의 기습 침투시 골 문으로 쇄도하는 선수가 없어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지 못한 아쉬움이 몇차례 반복되었다.
시즌 초반 힘든 경기를 하면서 체력소진이 많은 탓인지 일부 주전 선수들의 피로누적이 나타났다. 단순한 상황에서 진행된 패스가 몇차례 가로채기 당해서 위험한 장면을 자초한 것은 체력저하에 따른 방심으로 해석된다. 다행인 것은 지난 시즌은 참담한 경기력을 속으로 삭이느라 힘들었는데 올 시즌은 승점 확보는 더디지만 점점 진화하는 경기력은 다음 경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지안의 슛이 아슬아슬하게 골문을 빗나가며 마지막 찬스를 살리지 못했고 곧 바로 이어진 역습에서 상대의 강력한 유효 슛팅을 진가를 발휘한 조현우 덕분에 실점을 면하면서 치열했던 공방의 끝을 맺었다.
4월7일(토) 말컹이라는 괴물을 앞세워 도장깨기에 나선 경남을 상대하는 벅찬 원정 일정이 기다린다.